경붕사 칼럼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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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9 16:26:56, Hit : 3402, Vote :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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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남편 악쓰는 아내 (Ⅰ)

글쓴이 : 만땅

"여보 우리 이번 신정 연휴엔 얘들(2남2녀) 모두 데리고 당신이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던 제주도로 낚시나 하러 가입시다."
꿈결에서나 아니 내가 죽고 난 후에 라야 들어 볼 수 있었음직한 이 한마디!
순간 심장이 멎듯 한 심한 충격을 받았고 한참 동안 "멍"하니 빈골 상태를 느껴야 했다.
다소 유난스럽긴 했지만 낚시 좋아한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죄인 아닌 죄인이 돼 옥죄인 인생을 살아 온지 20여년.
아내로부터 처음 들어보는 말 이였기 때문.
내가 이처럼 감격적인 순간을 맞을 수 있기까지에 는 갖가지 기막힌 사연이 겹쳐져 있고 여러 번의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또 이 같은 사연들은 나라 안 여러 낚시꾼들에게 밝혀 줘야 할 이유도 지니고 있다.

나는 몇 년 전 어느 월간 낚시 잡지에 ‘칠호 십매론’(七好十昧論)이란 글을 실은 적이 있다.
낚시에는 일곱 가지 좋은 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흠뻑 빠질 수 있는 재미가 열 가지도 더 된다는 요지였다.
이후 그 글을 읽어본 독자들과 낚시인 들이 하찮은 내 글 솜씨를 도두봐 주는 것 같아 우쭐해지기도 했다.
더러는 격려 편지를 보내거나 직장으로 전화를 걸어준 분들도 여럿 있었다.
조목조목 경험을 예로 들어가며 내세운 나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고 했고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우리말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고 감탄했노라 기도했다.
그 중에서도 "마누라를 어떻게 달래고 꼬셔야 하느냐"고 물어 온 분들이 제일 많았다.
내가 그 글을 맺으면서 "낚시에는 재미만큼 어려움도 뒤따르기 마련 그중 제일 큰 어려움은 '일요과부'라는
아내의 끈질긴 불평을 잠재우기까지의 부단한 노력이었고 '포기도 성취'라는 결론을 얻게 하기까지의
숨 막히는 과정이였다"고 적었기 때문.

지금 와서 생각해도 내가 딱 부러지게 아내의 불평을 잠 재웠고 그래서 이러 이러한 결론을 얻게 했노라고 장담 할 수는 없다.
단지 결혼 후 지금까지 남편이 그토록 좋아하는 낚시를 마뜩찮게 여겨 온 아내를 두고 꼬셔도 보고 으르기도 하면서
별 별 희한한 수법을 총 동원해 본 경험이 있어 이참에 '언젠가는 해명을 해야지'했던 무거운 어깨 짐을 털어 버리려 한다.

남편의 낚시 편력에 언걸먹은 아내의 살천스런 모습은 갖가지 행티로 나타난다.
아예 말문을 닫아 버리거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돌아누워 버리는 꼴은 쉽게 보아 넘길 수 도 있다.
결혼 초 오간단 말 한마디 없이 훌쩍 친정으로 가 며칠씩 연락조차 않거나
'나도 사교춤을 배워 취미생활을 즐겨야하겠다'는 등의 으름장쯤은 아예 무시해 버릴 수도 있다.
이사를 할 때마다 짐꾼들에게 값비싼 낚시 대 낚싯줄 낚시 도구 등을 한 움큼씩 나눠줘 버리는 아내의 속마음을 헤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가슴속 철천지한처럼 평생 동안 남아 있는 원한 같은 아쉬움은 따로 있다,
윗 상사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면서도 버리지 못했던 사건기자의 낚시 행각,
기록과 통계가 낚시에도 소중하다 는 걸 깨달은 이후부터 쓰게 된 1천300회에 달하는 ‘낚시 일지’.
출조한 일시, 장소, 기상, 물때, 어종, 미끼, 채비, 조황 등....
대학노트 6권에 빽빽 히 담아 보물처럼, 생명처럼 간직했던 기록을 여편네가 몽땅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싱싱한 참돔 회, 볼락 구이, 우럭 매운탕에 이르기까지 내가 낚아 온 고기에는
젓가락도 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얘들까지도 엄마 편을 들어 거들떠보려 조차 않을 땐 정말 속이 뒤집히고
몇몇 날을 울가망한 기분으로 보내야 했다.
본래 갯가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살면서 "생선회"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곤 했던 아내가 아니던가!

더더욱 기가 막히고 분하고 괘씸했던 꼴은 그 뿐만 아니다.
한번은 멀리 巨濟(거제) 只心島(지심도)에서 왕 볼락을 대형 ‘쿨러’ 그득히 낚아 온 적이 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무거운 ‘쿨러’를 베란다에 내려놓으며 의기도 양양하게
"내일 이웃에도 몇 마리씩 나눠주고 처제들 제수 씨 등 불러 모아 골고루 갖고 가도록 하라"고 일렀다.
마침 계절이 늦은 김장철이라 주부들에겐 볼락이야말로 가장 귀하고 고마운 선물이 될 수 있었기 때문.
나는 직장 관계로 언제나 처 럼 새벽 여섯 시 이전에 출근, 밤늦게 돌아와 곯아떨어지곤 할 때다.
토요일이 되면 또 버릇처럼 돼 있는 주말 출조.
‘쿨러’를 들쳐 메고 집을 나서려니 어깨가 축 처진다.
아뿔싸!
지난주 유난히 게정 피우던 아내의 독기 서린 눈빛이 섬광처럼 내 관자놀이를 할퀴고 지나간다.
그러나 무사 출조를 위해선 시치미 뚝 떼고 군말 없이 현관을 나서야 한다.
낚시점에 와서도‘쿨러’는 먼발치에 숨겨 두고 뚜껑도 열지 못한 채 부글부글 끓는 속앓이와 함께
밤새 뜬눈으로 버스에 시달려야 했다.
상 서리에 닿자마자 일행들 몰래 무거운 ‘쿨러’를 들쳐 메고 낚시 ‘포인트’가 아닌 산꼭대기로 기어올라야 했다.
힘들여 구덩이를 파고 ‘쿨러’ 뚜껑을 여는 순간 "확"하고 끼쳐 오는 역겨운 냄새.
마치 '송장 썩는 냄새'라는 표현이 옳을 만큼 지독했다.
돈을 줘도 시장에선 사 먹기조차 어려운 왕 볼락 백여 마리를 폭삭 썩혀 버린 것이다.
참기 어려운 분노를 억누르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열 번 스무 번 ‘쿨러’를 헹궈야 했고
상비 치약 한 통을 몽땅 짜내 '쿨러’안을 구석구석 닦아 내야 했다.
하루 종일 낚시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천하에 맨 먼저 때려 잡아야할 인간이 김일성이나 유괴범이 아닌
바로 내 여편네다'고 결론지으며 이빨을 부드득 부드득 갈았다.
하지만 돌아와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부턴 분한 마음은 삭여야 하고 다음의 안전 출 조를 위해선 몽딸 수밖에 없다.
도리어 세탁할 낚시 속옷 주머니에 만 원짜리 몇 장을 라이터에 말아 넣어 두는 등으로 엉너리 처야 한다.
망할 놈의 여편네 요렇게나 못된 버르장머리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일까!
맞대매를 않고도 딱장받듯 '똑' 부러지게 굴복시킬 수 있는 구멍 수는 없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여줄가리에 매달려 여러 날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 2편에서 계속

(2007-09-19 16:28:59)

쪽지로 보내주신 글이 워낙 장문의 글이라서 회원님들이 한꺼번에 읽기가 힘드실 것 같아서
제가 몇편으로 나누어 올려드릴까 합니다.
만땅 선배님 고맙습니다.

송애 (2007-09-19 16:58:55)

글을 읽어면서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내 낚시 인생은 어떠했는가....
선배님 마음고생 많이 하셨네예....
저는 그정도까지는 아닌것같습니다.
다음편이 기다려지네예.

애담 (2007-09-19 17:17:05)

마음고생은 좀 심하신듯 합니다만 ..........
딱장이라는 표현은 좀 심하신 듯 합니다.ㅋㅋㅋ

뽀빠이 (2007-09-19 17:38:13)

잘 읽고 갑니다.

만땅 (2007-09-19 18:11:48)

애담님,
그냥 가볍게 읽고 넘어 가 주실 순 없을런지요.
물론 참고 하겠슴다 만 오래 전 글에다 심하니 어쩌니 하면 전 전 전...
저가 부족해 애담님 처럼 입맛에 꼬오옥 맞는 글 만을 올리지 못 하는 점
앞으로 너그러이 넘겨주셨으면 함다.

부우 탁 해요오옹.(덕화 버젼)

무뚝대마왕 (2007-09-19 18:14:15)

2편 보고 싶습니다~~~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합니다만 ㅎㅎㅎ

새벽물안개 (2007-09-19 19:27:58)

선베님의 마음고생이 눈에 훤히 보이듯 하네요...
그래도 참 대단하십니다...
2편이 기다려 지네요

만땅 (2007-09-19 20:22:53)

송애 님,
뚝마 님,

사평님이 얄량 얄양 얄라리어서 다음에 한 50편 늘어뜨려 주실 것 같습니다.

기다려 주신다면 앞으로 백날 동안 밤 잠 안자도 열심히 또 끈기있게
저의 생각 올리겠습니다 묻겠습니다 고백하겠습니다.

죄송슴다.

세한도 (2007-09-19 20:49:20)

피아노 음악과 참 잘어울리는 글입니다.
저도 이쁜 글을 담고 싶은데 실력이....
'대조영'만큼 재밌습니다^^(대조영을 제일 좋아함)

세한도 (2007-09-19 20:50:37)

2편 기대됩니다.
얼른 올려주세요.

초월 (2007-09-19 23:21:17)

흥미진진해 집니다.
다음편이 기다려 집니다...
만땅"선배님 감사합니다..^^

마구조아 (2007-09-19 23:49:15)

아내가 자는거 보고 몰래 낚시 가볼까하다가 마음접고 경붕사 들어왔습니다.
역시 들어온 보람이 있네요 ^^

수변정담 (2007-09-20 09:20:45)

만땅선배님 재미있게 잘보았습니다.
필치가 있으십니다.

무뚝대마왕 (2007-09-20 09:39:24)

선배님 너무 잘 읽었습니다...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봤습니다 ^^; 그래도 되지예? ㅎㅎ

항상 건강하시고 선배님 열정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__)

부쉬맨 (2007-09-21 13:05:56)

연세에 비해 대단하신 분이구나~~늘 감탄합니다.
낚시에 대한 열정 만큼이나 글쓰시는 열정.정말 놀랍습니다.
하지만 부쉬맨 만큼은 지혜스럽지는 못하신거 아닌지 ㅎㅎㅎ
마님께 낚시에 취미를 가지시게 하셨으면 더 즐거운 생활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늘 건강하십시요.-부쉬우먼-

만땅 (2007-09-21 22:10:55)

싸모님,
매번 힘 실어주시는 댓글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울 마나님도 얘들 다 키워놓고 뒤늦게 낚시 따라 나서드니
높은 파도에 혼줄나고 더위와 모기, 추위에 시달리더니
얼마 안가 시큰둥해 지더군요.

워낙 소줄 좋아하는 지라 차도 없애버린지가 오랬습니다.

하기사
전국 조사들을 모두 지켜봐야 부시님 내외처럼 의좋은 '부부조사'를
어찌 쉽게 찾을 수 있겠습니까.

오래 오래 건강하시고 즐거우십쇼 행복하시옵소셔.

강 붕어 (2007-09-22 14:50:43)

한번씩 겪을만한 말씀,그리고 꾼이라면 비열해 질수밖에없는 큰산, 마눌님!!
저는 아직도 무서워요.ㅎㅎㅎ

나무꾼 (2007-09-28 14:54:28)

영원한 화두일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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