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 분 떨듯 이 고래 이야기를 계속하게 된 것은 일요낚시 속간1호인 통권60호에
"고래 이야기 - 32톤 고래를 낚다"라는 엉터리 기사를 쓴 게 빌미가 됐다.
기사를 읽어본 독자들 중 더러는 "이미 알려진 낚시꾼 허풍치고는 차라리 솔직해서 좋았고 그나마 스릴도 있었다"며
치 살려 주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생 게 망 게 한 글로 일일이 한글사전을 찾아보게 하는 등 독자를 우롱하는 심보 가아니냐"며
핀잔주는 이도 있었다.
따라서 딴에는 고래에 관한 한 연구 도 많이 했고 전문 지식까지 지닌 것처럼 뽐 내기도한 죄로
이를 견강부회하기 위해서라도 고래 이바구를 좀더 계속키로 했다.
우리나라 고래잡이 역사는 길다.
어림잡아도 5천년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석기 때 유적인 부산광역시 영도구 동삼 동 패총과 건너편 해양대학이 들어서 있는 아치 섬 패총에서 고래 뼈가 무더기로 발굴됐고
"고래를 잡아 맛 좋은 부위를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등의 기록이 「三國史記」등 곳곳에 나타나 있는 점으로 미뤄
식용 목적일 것으로 보이는 포경(捕鯨)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음을 추측케 하고 있다.
서양에서 제일 오래된 포경 유적이 기원전 3세기경의 부족 마을인 「알래스카」에서 발견된 것에 비춰 보면
우리 선조 들이 세계에서 맨 처음으로 영도에서 고래잡이를 시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동물 중 가장 큰 동물인 고래는 육지에서 바다로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몸길이가 30m나 되는 거대한 종류가 있는가 하면 1m 남짓한 돌고래 등 종류가 자그마치 80여종에 이른다.
공통적인 생김새는 몸체가 어뢰(魚雷)처럼 유선형이고 앞다리가 진화한 몸 지느러미와 수평인 꼬리지느러미를 달고 있으며
귓바퀴가 없고 머리 꼭대기에 콧구멍이 있다는 점 등이다.
가장 큰 고래는 긴 흰 수염고래(일명 대왕고래).
길이가 35m나 되는 엄청난 놈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포획 된 놈 중 기록상 가장 큰놈은 1931년 남극대륙 근해에서 잡힌 것.
윗쪽 턱의 앞 끝에서 꼬리지느러미가 갈라진 부분까지의 길이가 29m인 암놈으로 무게만도 자그마치 1백87t,
몸무게가 60kg인 어른 3천명의 무게와 맞먹는다.
화석으로 전해지는 지구상의 가장 큰 동물이었던 공룡보다도 훨씬 큰 것이다.
대왕고래의 입으로는 4톤 트럭이 드나들 수 있고 수놈의 성기는 3m, 암놈의 생식기도 송아지가 드나들 수 있을만한 크기다.
11개월간의 임신 기간을 거쳐 길이 2m. 무게 500kg 정도의 새끼를 낳으며
7～8개월 동안 매일 1t씩의 젖을 빨려 키운다고 기록돼 있다.
젖을 떼고 몇 개월이 지나 1년쯤 될 무렵에는 길이 10m, 체중 10t 정도로 자라 독립하게 된다.
이 거대한 대왕고래도 크릴 등 작은 새우나 눈에 보일 락 말락 하는 ‘플랑크톤’ 등을 먹고산다.
입을 벌려 20드럼 정도의 바다 물과 함께 수중생물 등을 한꺼번에 들여 마시고
이를 입안 윗잇몸에 돋아 나있는 짧고 딱딱한 수염을 통과 시켜 물만 뿜어낸 후 입안에 남는 찌꺼기를 삼키는 것이다.
먹이 생리가 덩치와 서로 두동지듯 귓구멍은 연필심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좁고
머리 골의 무게는 어린아이의 그것 크기가 될락 말락 하다.
그래도 바다동물 중에는 IQ가 가장 높다.
학계에 보고 된 기록 외에 고래가 출몰하는 바닷가 주민들이나 원시적인 방법으로 고래를 잡아온 어부들의 구전 등에는
고래의 크기가 실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미국 작가 「허먼 멜빌」(1819년)은 1851년에 발표한 소설 ‘모비딕’ 일명 ‘백경’에서
프랑스 학자 「라세페드」가 1825년에 쓴 ‘고래에 관한 역사’ 에는 큰 참고래의 길이가 100m나된다고 주장했다라고 기술했다.
우리나라에서 잡힌 것으로 가장 큰고래는 1944년 제6정해 환(征海丸)과 제7정해 환이
울릉도 근해에서 공동으로 포획한 길이 23m, 무게40t의 장수 경(일명 참고래, 긴 수염고래).
우리나라에서 수렵 성격 의 포경이 아닌 상업성 포경이 처음 시작된 것은 1899년 러시아인,
다음해인 1900년 일본인에 의해서였다.
우리 어민들이 상업성 포경을 시작한 것은 해방되던 해인 1945년이었다.
우리나라에 포경 기술과 방법을 선뵌 시기와 인물은 제정(帝政) 「러시아」 때 황태자 「니콜라이2세」.
「니콜라이2세」는 1891년 「블라디 보스톡」에서 열린 「시베리아」 횡단철도 기공식에 참석한 후 인도양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타고 동해를 지나게 됐다.
8척의 군함을 이끌고 가던 그는 엄청나게 많은 크고 작은 고래들이 군함을 앞지르거니 뒤 쳐지거니 하며
떼 지어 노니는 장관을 보고 놀랐다.
「니콜라이2세」는 귀국하자마자 1백20만 루불을 출자 「블라디 보스톡」에 태평양 어업회사를 설립하고 동해에서 고래를 잡기로 했다.
당시 「러시아」는 「베링해」와 「오호츠크」해에서 고래잡이를 하고 있었는데 동해에까지 무대를 넓히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태평양 어업회사의 포경선단을 어장 가까운 곳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항구를 찾기 시작,
급기야는 1898년 포경선단을 무조건 동해안 원산항(元山港)에 입항시켰다.
구실이나 트집을 잡기 위한 수단이었다.
당시 우리 정부의 원산 해관(海關)에서는 10여 척의 선단과 북해도(北海島)근해에서 잡은 것으로 보이는 작은 고래 21마리를 압수했다.
러시아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한. 러 수호통상조약 위반이라며 우리정부에 갖가지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끝내는 양 정부간 협상이 시작됐고 우리나라 조정에서는 이듬해인 1899년 포경 특허계약과 함께 함경북도 진포도와
강원도 장진 포, 경남 장생포 등 동해안 3개 항구에 대한 조차권을 「러시아」 정부에 내줬다.
이로써 「러시아」 포경선이 우리나라 근해에서 고래를 잡기 시작했고 이때가 동해에서 시작된 근대 상업포경의 효시가 된 것이다.
이를 본 일본도 이듬해인 1900년 우리나라 정부와 협상, 포경 특허를 얻었고 자국 서쪽 항구,
즉 우리나라 동해 인접 항구를 거점으로 우리 영해에 들어와 고래를 잡게 됐다.
일본은 1905년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자 맨 먼저 「러시아」의 동해 포경을 금지시켰고 해방되기까지
장생포 항을 중심으로 고래잡이를 독점, 매년 300여 마리의 참고래를 포획 해왔다.
45년간 고래잡이로 포식을 해오던 일본인들도 2차 대전에서 패망. 해방이 되자 포경선을 몰고 모두 본국으로 도망쳐 버렸다.
당시 일본인 소유 포경선에 고용됐던 우리나라 선원은 3백여 명,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은 선원들은 해방되던 해 11월,
일본 어업통제 주식회사 등 포경회사에 보상금 청구 대표단을 파견했다.
일본으로 건너간 어민대표는 당시 35세였던 김 옥창(金玉昌. 전남 신안 군 흑산 면 예리)씨 등 3명.
"당신네들 배를 타던 우리 어민들이 모두 실직자가 됐다.
우리들을 부려먹어 너네들이 부자가 됐으니 금으로 보상금을 내라"고 욱 박 질렀다.
진망궂은 행세에다 식민지 떠세로 온갖 횡포를 부려왔던 일본인들은 "패망하고 쫓겨나 도망치듯 돌아온 우리에게 무슨 돈이 있겠느냐,
배라도 가져가라"며 통사정을 했다.
엉세판에 웬 떡이냐 하면서도 짐짓 애와치며 받아온 배가 50톤급 목선인 제6세이까이마루(征海丸), 제7세이까이마루 였다.
비록 낡은 배였지만 장생포 항에서 조업당시 최고의 어획고를 기록하기도한 이 포경선들은
당시로선 최신형 장비를 갖추었고 그 가격도 엄청났다
2척의 포경선이 장생포에 들어오자 한국인으론 처음 장생포 지방민인 박덕이(朴德伊.75년 작고)씨 등이 주축이 돼
조선포경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첫해의 어획고는 참고래 66마리, 당시로선 경이적인 수확이었다.
이때부터 우리의 기술과 힘만으로 본격적인 상업 포경이 시작된 것이다.
30년 이상 지속돼온 이 같은 고래잡이도 지난 86년부터 막을 내렸다.
I.W.C(국제포경위원회) 회원국 중 미국, 영국 등 강대국과 축산 중심산업 국가들이 앞장 서 지난 82년 7월 19일부터 24일 까지
영국 「브라이튼」 에서 열린 제34차 총회에서 '영리 목적의 상업포경을 전면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의 시행 시기가 1986년부터였다.
강대국들은 자국민들 중 '고래처럼 귀엽고 진화된 동물을 식용으로 할 수 있느냐'는 동물 애호가들의 거센 반발과 여론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들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경을 주요 어업 수단으로 삼고 있던 우리나라와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은 세계적인 육류 수출국인 미국, 영국, 호주 등이
한 통속이 돼 쇠고기를 팔아먹기 위해 수작을 부린 것이라고 그들의 속셈에 거센 항의를 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인들은 개미를 튀겨 먹고「프랑스」 인들은 달팽이나 바퀴벌레를 요리해 먹어도 야만인 취급을 당하기는커녕
미식가로까지 치부될 수 있느냐'며 분개했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렸던 제38차 I.W.C 총회에서도 포경 금지의 확인절차 만을 거쳤을 뿐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고래잡이 역사와 함께 갖가지 애환을 나눠온 장생포 항은 이제 도섭스런 항구도시가 돼 가고 있다.
더러는 공업화 물결이 귀퉁이를 쓸어 가기도 했고 낭만이 넘치던 해변은 아직도 고래 고기 맛을 잊지 못하는
미식가들의 등쌀에 못 이긴 척 몰래 잡아온 고래 고기를 몇 배나 비싼 금값에 팔면서도 항상 밑진다며
엉너리 치는 인심 야박한 쓸쓸한 유흥지쯤으로 조락 하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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