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붕사 칼럼 코너입니다

Category

(2007-10-10 13:43:59, Hit : 3267, Vote : 297)

http://www.gnfish.com

낚시도 인생처럼

글쓴이 : 만땅

낚시도 인생처럼 세월이 가고 경륜이 쌓이는 동안 자주 또 많이도 변한다.
이는 욕심이 전제됐기 때문이요, 자의인 경우도 있지만 흔치는 않다.
내 어릴 적 마음에 든 여성상은 유치원 짝지처럼 공부 잘하고 뜀박질 빠르고 목소리가 고와 노래를 잘 부르던 가시나.
좀 더 지나 여드름이 불거질 무렵엔 목이 길고 큰 눈망울엔 이슬이 맺힌 듯 동자가 해맑아 촉촉하게 젖어 있던 소녀.
글 솜씨가 좋아 받아 들 때마다 내 가슴을 콩닥 콩닥 뛰게 하는‘러브 레터’를 자주 띄워 주곤 했다.
턱 수염 등이 듬성듬성 자라면서 앞서 가는 여자 엉덩이 율동에 넋을 뺏기고 극장이며 단팥죽 집을 뻔질나게 드나들 때쯤엔
다리가 가지런히 길고 동그란 '히프', 유난히 큰 유방, 젖꼭지가 ‘쉐터’위로 뾰쪽하게 불거져 나오는 처녀가 그럴 수 없이 좋았다.

낚시 취향도 이처럼 바뀌는 것일까.
나름대로 낚시에 이력이 나면서부터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새롭고 값비싼 장비 등에 관심이 쏠린다.
다양해진 미끼,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낚시 기법도 알고 싶어진다.
어린 시절 대나무 꼬챙이 끝에 명주실을 묶고 돌멩이 추를 매달아 대문 밖 개펄에서 꼬시래기를 낚곤 했다.
그때 구경한 낚시 대는 어른들이 메고 다니던 긴 대나무 장대가 전부였다.
나는 언제쯤 저처럼 긴 낚시 대를 한 손으로 마음껏 휘둘러 볼 수 있을까 하는 공상에 젖곤 했다.

이젠 낚시 대는 60년대까지 꽂기 식 대나무에서 ‘글래스 롯드’,‘카본’,‘세라믹’,‘보론’, ‘케블러’,
‘하이 카본’ 제품으로 소재가 숨 가쁘게 개량되고 있다.
제조회사 마다 비장의 신소재와 엮음 방식 등을 달리 하면서 보다 길고 가늘고 가볍고 단단한 첨단제품을 다투어 생산하고 있다.
낚시인들의 취향과 사치 심을 자극, 일종의 유행병으로까지 번지게 하고 있다.
요즘 낚시인들의 출 조 가방 속에는 십중팔구, 수 십 만원, 수 백 만원 어치의 낚시 장비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낚시 기법 또한 맥낚, 찌낚, 원투 낚시에서 띄울 낚시, 흘림낚시로 눈 들릴 틈도 없이 빠르고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미끼도 종류와 씀씀이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70년대 후반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크릴’과 곤쟁이가 등장, 판을 치더니 큰 새우, 보리새우, 깐 새우를 비롯
갖가지 민물 새우, 게다가 전복, 소라, 피조개, 개불, 성게 등 값비싼 미끼가 가세했다.
무슨 ‘파워’니 무슨 대장 등 분말 성 집어 제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시판되는 떡밥도 日本제품을 포함, 1백가지가 넘는다.
이 또한 日本 낚시인들이 갖고 쓰는 것을 보고 듣고 ‘비디오’ 등을 통해 현혹된 일제 선호의 망국병에 기인된 것은 아닐 런지-.

30여 년 전만 해도 겨우 2칸 남짓 한 대나무 민 장대 1대만을 들고 다녔고 맥낚시 밖에 알지 못했다.
미끼래야 개펄을 뒤져 손수 잡은 갯지렁이 참 지렁이 몇 마리가 고작이었다.
그래도 몇 발짝 마을 앞 방파제에만 가도 식성이 까다롭다는 감성돔, 벵에돔, 볼락 등이 덥석덥석 물어줬다.
보리밥알 한 움큼이면 사상 역 밑 갈대밭이나 구포다리 아래서도 태깔 좋은 붕어들을 한 바구니씩 낚을 수 있었다.

하기야 누군들 욕심을 없앨 수야 있을까.
나이 들면서 한때는 주책없이 자식뻘 소녀를 영계랍시고 흘끔거렸던 벼락 맞을 마음의 죄도 쌓아온 터-.
그러나 속절없는 게 인생이라 했던가.
못난 사내 못난 낚시인이 늙어가면서부터는 욕심을 버려야지, 마음을 비워야지 하며 발버둥을 치고 있다.
이젠 이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여인은 누가 뭐래도 쭈글쭈글 해 진 마누라뿐이다.
다치지 않고 아픈데 없이 기쁘게 살아 주는 것만이 제일 큰 바램이 됐다.
낚시 또한 그러하리라.

해 묶은 장비와 맥낚을 고집하면서 갯바위에서는 소주 안주거리 횟감 서너 마리,
민물에선 매운탕 거리 붕어 너 댓 마리면 만족하리라.
입질 한 번 못 받은 날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며 들아 올 줄 아는 지혜도 터득하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해가을 (2007-10-10 14:07:18)

정말 좋은 글입니다..
지금두 인터넷쇼핑몰을 보며 무슨
장비 사지 하며 한참보구있는데....
낚시의 낭만? 그때 태어났다면 이따금씩
돌아가고픈 그런마음입니다...감사합니다!!!

참붕어 (2007-10-10 15:14:52)

맞는 말씀입니다~!!!
마음을 비워야 진정한 도에 이를수 있음에도 그러하지 못하는 군상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니겠는지요~!
아직도 20년이 넘게 사용하는 , 그래서 더더욱 버릴수 없어 낚시가방 한구석에 넣어저 언제나 함께다니는 오래된 제 낚시대 처럼,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사랑은 오랜된 손때묻은 바로 내것이 아니겠습니까~!
선배님의 꾸밈없는 너털웃음 처럼요~~~~~~~!!!

애담 (2007-10-10 15:22:52)

보리밥알 한 움큼시절에는 누구나 한 바구니씩 가능했지요..........

요즘은 궁하다보니 자연히 찌맛이 아쉽게 그리운가 봅니다.

세한도 (2007-10-11 03:21:08)

뜨끔했습니다.
인터넷 눈쇼핑하다가 이글을 봐서.....
낚시의 기본을 또 깨우쳐 주시는군요.
선배님 감사합니다.

빵장수 (2007-10-11 14:51:11)

저는 해묵은 장비.해묵은 지난 낚시잡지를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93~95년도 월간낚시,낚시춘추입니다.비단 책뿐이 아니라..
오래되어도 다시금 내가 가는곳을 밝혀주고 확신을 주는것은 쌓아논 경험이라는
지나간 유행이 아닐까요..첨단이나 과학은 그런것들을 절대 줄수가 없죠..
사실을 말입니다..

수변정담 (2007-10-11 16:56:51)

우리주위는 첨단을 지향하며 끝없이 변화하고
사람들은 편리함을 얻지만 행복까지 얻는건 아니지요
오히려 행복은 순수함과 손때묻은속에서 찼을수 있겠지요
선배님달필 잘보았습니다.

밴다골 (2007-10-11 21:46:51)

두칸도 채 못되는 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대나무 낚싯대를 들쳐 메고

보리밥 한 숟가락 종이에 싸서 다니던 그 시절을 불현듯 그립게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새벽물안개 (2007-10-18 12:35:14)

어자원이 부족하니 자꾸 뭐가 좋더라, 뭐가좋을까? 이런 방향으로 가는것같군요...
마음을 비운다는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지요......
항상 좋은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꿈꾸는찌 (2007-10-23 18:47:06)

누구나의 자화상입니다
글 감사합니다

64 [느티골의 살아가는 이야기] 往年(왕년) [28] 느티골 2006/10/17 2812 865

63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듣고싶은 목소리... [19] 만땅 2006/10/22 2674 192

62 [건새우의 아름다운 性을 위해] 건강 조심하세요 [38] 건새우 2006/07/30 2614 170

61 [들길의 健康한 삶과 낚시] 목 통증을 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16] 들길 2007/08/29 2967 265

60 [대물스토커의 音樂과 낚시] 저도 한 곡 올려봅니다 ^^* [12] 대물스토커 2005/02/12 3163 186

59 [들길의 健康한 삶과 낚시] 떡밥을 던질때에 [21] 들길 2007/08/29 2972 193

58 [대물스토커의 音樂과 낚시] 스토커의 낚시,음악 이야기 - 1 - [20] 대물스토커 2005/07/07 3047 317

57 [느티골의 살아가는 이야기] 버스 동승기 [21] 느티골 2006/11/19 2800 222

56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새벽기차 태공들이 찢어집니다. [29] 만땅 2006/11/01 4144 235

55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낚시꾼과 낚시인 [7] 2007/09/17 2751 253

54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나를 찾으러 간다. [10] 2007/09/17 2665 236

53 [들길의 健康한 삶과 낚시] 얼굴과 항문 [13] 들길 2007/09/19 3213 291

52 [건새우의 아름다운 性을 위해] 당해도 싸다 연재1 [15] 건새우 2007/09/19 2965 275

51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미친 남편 악쓰는 아내 (Ⅰ) [18] 2007/09/19 3402 281

50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미친 남편 악쓰는 아내 (Ⅱ) [10] 2007/09/19 3220 404

49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미친 남편 악쓰는 아내 (Ⅲ) [8] 2007/09/20 3560 661

48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미친 남편 악쓰는 아내 (Ⅳ) [23] 2007/09/20 3715 248

47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칠호 십매론 (七好十昧論) [13] 2007/09/21 3692 469

46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낚시와 술 [12] 2007/09/27 3202 252

45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바다의 가슴 [3] 2007/10/01 3077 254

44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환경파괴 [9] 2007/10/01 3417 295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낚시도 인생처럼 [9] 2007/10/10 3267 297

42 [들길의 健康한 삶과 낚시] 등에나면 등창 속에나면 속창 항문에 나면 욕창.. [13] 들길 2007/10/19 3786 620

41 [들길의 健康한 삶과 낚시] 피부질환 [7] 들길 2007/12/11 3431 324

40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고래이야기 (1) - 32톤 고래를 낚다 [7] 2008/01/02 3714 604

39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고래이야기 (2) - 고래잡이 역사 [6] 2008/01/02 3623 461

38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고래이야기 (3) - 고래 고기 맛과 선원들의 애환 [4] 2008/01/07 4414 388

37 [만땅의 낚시 그리고 人生] 낚시와 기상 [14] 2008/01/08 3586 354

36 [들길의 健康한 삶과 낚시] 호로몬 생산 [16] 들길 2008/01/15 3887 403

35 [들길의 健康한 삶과 낚시] 원목이란 이름으로 [15] 들길 2008/01/22 3518 373

1 [2][3]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