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만땅
나름대로 터득한 방식과 써먹은 수법은 가지가지
△충격요법 △동정심 유발법 △허파 뒤집기 △육탄 공격 법 △적반하장 장계취계 등등이다.
충격 요법은 아내를 골려 주는 방법.
일요일 하루 종일 방구석에 들어 박혀 짜증을 내기도 하고 화분을 깨뜨리는 등으로 심술을 부렸지만 별무 효과.
선후배 친구들을 불러 모아 노름을 하거나 술판을 벌이는 등 판들듯 어우렁더우렁거려 봤지만 아내는 눈도 깜짝 않는다.
솔찮이 많은 노름 뒷돈도 불평 한마디 없이 대주고 그렇게 못 마시게 말리던 술시중도 군말 없이 해낸다.
'얼마나 남편 낚시 행각에 정나미가 떨어졌으면 사람이 저토록 달라질 수가 있을까.'
오히려 내가 미안하고 한편 측은한 생각까지 들게 했다.
아내를 감상에 젖게 한 후 동정표를 얻어 보려는 수법도 써 봤다.
"쑥도 뜯고 바람도 쐴 겸 봄맞이 야유회나 갖자"며 온 가족을 조용한 호수가로 모셨다.
해 가리개를 치고 삼겹살을 구워 아내에게 소주 몇 잔을 권했고, 매운탕을 맛있게 끓이고 밥을 지어 얘들을 즐겁게 했다.
봄나물을 캐고 들꽃을 뜯으며 "우리 아빠 최고…"라며 온 가족들이 신나는 하루를 보냈다.
몇 잔 소주에 얼큰해지고 배불리 먹어 노곤해진 오후. 우리 부부는 파란 잔디 위에 나란히 팔 벼 개를 했다.
"골프나 여행을 즐기려면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드는 것 같더라. 낚시야 5백 원짜리 지렁이 한 봉지면 떡친다 아이가?"
"뚜렷한 취미 없이 가시나 치마 밑이나 노름판에 푹 빠지는 사람들의 심리는 알다가도 모르겠더라."
"우리 회사 멋쟁이 김부장은 1년 동안 노름에 미쳐 빚더미를 뒤집어쓰고 직장도 팽개친 채 야간도주 해 버린기라."
"직장 동료 일가친척은 물론 부인 친구 처가 인척 등 김 부장에게 안 물린 사람이 없다 카더라."
"작년 망년회 때 우리옆 자리에 앉았던 박 사장 은 늘그막에 여비서하고 바람이 나서 끝내 본 부인과는 이혼하고 말았다더라."
"박사장 부인은 주말만 되면 교제상 누구누구하고 골프 치러간다. 누구 집 초상에 가야 한다고 해 그런 줄로만 믿었지,
그 여우같은 년하고 부곡으로 경주로 통도사 호텔로 그짓하러 다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통곡을 하더라" 등등….
"직장 중 우리 직종만큼 ‘스트레스’ 많이 받는 직종도 드물끼다. 내사 낚시 몰랐으모 버 얼 써 미쳐 버렸을끼라."
"하루 종일 고기 한 마리 못 낚아도 얼매나 좋노. 그래서 자연도 낚고 세월도 낚는 다 카능 거 아이가?"
"잔잔한 호숫가에 낚시를 드리우면 조용히 명상에 잠겨 내일을 설계 할 수 있어 좋고 하늘과 구름과 바람, 바다와 파도,
갈매기 물고기와 슬 카 장 노닐며 대화도 하고 그라면 심신의 모든 피로와 번뇌가 한꺼번에 싹 가셔 버리는 기라"
짐짓 울먹이기까지 하면서 신파조로 씨부렁거리는 나의 언구럭질에는 코 방귀만 뀐다.
부산에서 크게 알려진 식당을 경영하는 60대 후반의 J사장은 나의 민물낚시 단골꾼이다.
출조때마다 김밥, 김치는 물론 멸치볶음, 버섯 조림, 등심 구이 등 푸짐한 먹거리를 도맡아 준비해 온다.
J사장은 이 음식들을 꼭 대형 압력솥에 담아 온다.
낚시터에 도착하면 맨 먼저 하는 작업이 대형 버너에 불을 지피는 것.
일행들이 낚은 붕어를 낚는 쪽 쪽 압력솥에 집어넣는다.
씨알이 잘거나 굵거나 있는 대로다.
준비해 온 대추와 인삼 몇 뿌리를 넣고 대여섯 시간을 푹 고아 낸다.
뽀얀 진국이 우러나면 질그릇에 가득히 부어 마시기 시작 한다
뜀뛰기 맨손체조 등 땀을 뻘뻘 흘린 후 몇 시간 동안 계속 마신다.
끝내는 ‘훼스탈’ 까스명수를 먹고 소변과 트림을 번갈아 가며 꾸역꾸역 마셔 댄다.
어연간 많이 먹는 다는 젊은 사람도 한 두 그릇이면 입에 대기조차 싫어지는데도 일흔 노인이 예닐곱 그릇은 조이 비워 내는 것이다.
"사장님 요 붕어하고 무슨 원수 졋능교?"
"원수 진기 아이고 이기다 우리 어 부인 명령 때문인 기라. 어젯밤에 우리 마누라가 뭐라 켓는 지 모르 제!"
"여보 옹! 당신 요새 뭐 잡숫능교?"
"어제 낚시 가서 붕어 몇 마리 고아 묵었다 와. 뭐가 좀 다른 것 같나?"
"하모요 하모요 다리고 말고요"
"그랑께 내일 또 좝사요 네 엥. 꼭 좝사 주셔요 네 엥!" 코맹맹이 소리를 하더란다.
이런 연유로 J사장 별명은 '또좝사'가 됐고 뱀, 녹용, 자라, 보신탕 등 정력에 좋다는 것은 기를 쓰고 섭력하는
'또좝사'님 지론대로 라면 위장 간장 당뇨 혈압에는 물론 정력에도 붕어 곰 따를 보약이 없고
특히 월척 붕어곰은 선약 중의 선약이라는 주장이다.
나는 "옳거니! 힌트는 항상 가깝게 있는 것"이라며 무릎을 쳤다.
몇 단계 준비(?)를 거친 후 하루는 일찍 귀가, 아내를 직신거리며 '또좝사' 얘기를 살짝 흘렸다.
처음에는 "피!"하며 비아냥거리던 아내도 싱둥싱둥한 나의 공격에 백기를 들었고
알싸하게 밤을 지낸 후에는 뭔가 낌새가 달라 보이는 듯 했다.
일어나 던지는 은근한 눈길하며 아침 반찬도 두드러졌다.
"그럼 그렇지 이젠 붕어 낚시 한 가지는 안심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고 순간의 착각이 고통이 돼 현실로 되돌아 오는데는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퇴근길 현관을 들어서니 집안 가득히 퀴퀴한 냄새가 비위를 거슬렀고,
밤늦은 시간 아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석유곤로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봐라 지금 니 뭐 하고 있노?"
"보이소. 오늘 구포장에 갔더니 한 ‘다라 이’ 3천원 밖에 안 달라 카데예"
아니 이럴 수가!
쇠뭉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대형 곰 솥 안에는 3짜 4짜 덩치 큰 붕어가 한 솥 그득히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당신 낚아 오는 잔챙이 몇 마리로는 효과 제대로 못 본다 카데요. 앞으로 굵고 살찐 놈 나오면 맨 먼저
우리 집에 전화해 준 다 캤어예…."
‘팁’ 까지 주고 왔다는 아내의 천진스런 한마디에 '또좝사' 작전은 실패로 끝났고
나는 그 후 해감 냄새 역겨운 붕어곰을 몇 달 동안 여러 동이나 퍼 먹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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